삼성 반도체 공장이 정말 위험한 걸까? 그 많은 사람이 병들고 죽은 게 정말 공장 때문인거야? 반도체 직업병 문제는 '삼성전자 뉴스룸' 단골 사안이다. 올해 '이슈와 팩트' 코너에 올린 보도자료 중 60% 이상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정말 아는 게 없다.
거리에서 "박근혜 퇴진"과 "이재용 처벌"이 적힌 유인물을 나누어 주고 있었는데, 서너 명의 어르신들이 다가와서 묻더군요. "이런 일 하면 얼마 받아요?" "대체 얼마 받고 이러는 거에요?" 드문 일은 아닙니다. 세월호 유족과 고 백남기 님의 유족, 그리고 그 곁을 지켜온 사람들이 모두 그러한 재단을 당해 왔으니까요. 뭐, 그러거나 말거나 제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 의해 그나마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반올림도 계속 그럴 참이구요.
3월 6일은 고 황유미 씨의 10주기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다. 229명의 제보자와 79명의 사망자(삼성반도체·LCD). 공장의 위험성을 밝힌 4권의 보고서.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인정한 14명의 8개 질환. 2편의 영화와 3권의 책. 그동안 반도체 직업병 논란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도 강산만큼 변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피해자를 대하는 가해자의 태도는 10년 전과 같다. 그러니 피해자의 처지도 그대로다. 삼성은 여전히 모든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손바닥 뒤에서 오와 열을 맞춰 움직이는 언론의 공이 크다. 누구의 거짓말이 반도체 산업을 흔들고 있는지 보자. 삼성이 지난 10년간 뱉어 온 대표적인 거짓말 다섯 개만 뽑아 보겠다.
지난해 11월 10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등 17인의 국회의원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국회법에 따라 '의안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 입법예고 되었는데, 여기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무려 1,073개의 반대 의견이 달린 것. 비슷한 시기에 올라온 다른 개정안들에 단 한 개의 의견도 달리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뜨거운 반응이다. 더욱 기이한 것은 1,073개의 의견들이 모두 11월 28일 하루에 올라왔고, 그 내용들도 '복사+붙여넣기' 한 듯 비슷하다는 것이다.
11일 오전 11시경부터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한국 언론들이 "UN이 삼성의 백혈병 문제 해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취지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30여개의 기사들이 제목부터 [유엔 인권보고서, "삼성 백혈병 문제해결 노력 인정"]으로 거의 같았고, 내용도 도찐개찐. 그 과정에서 그 누구도, 자신의 이름을 단 기사가 반도체 노동자들의 생명·건강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1년 가까이 길바닥에서 노숙하며 싸우고 있는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어떤 고통을 안길지, 결국 자신들이 한 기업의 악행에 어떤 식으로 협조하게 되는지를 전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늘 가장 분노스러운 건 이 대목이다.
메르스 환자가 왜 삼성서울병원에서만 대규모로 발생하고 확산되었는지, 그 진실과 제기된 의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삼성은 끝까지 환자를 책임지고 치료하겠다는 첫 번째 약속을 못 지켰다. 대신 다른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철저한 조사는 1년 전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사과를 통해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밝힌 '또 하나의 약속'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라는 삼성의 명예에 걸맞게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를 바란다.
일말의 반성 혹은 자책, 아니면 그 비슷한 무엇이라도 내비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워낙 잘나가는 기업이라는 "독특한 지위"로 인하여, 한국의 "문화적 배경"이 그러한 탓에, 억울한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투다. 토론회 내내 삼성의 입장이 그러했다. 회사가 안전관리에 있어 어떤 잘못을 했을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병들고 죽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삼성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양 상무님은 누구를 대표하는 분이신지요? 삼성 임원의 생각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이미 너무 많습니다. 거기 한 명의 이름을 더 올려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지금 새로운 정치인이 대표해야 할 사람들은 아직 대표되지 않은 수많은 시민들입니다. 청년이든 소상공인이든 비정규직이든 노인이든, 삼성전자 상무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입니다. 삼성전자 상무가 아니라 삼성전자에 갓 입사한 생산라인의 고졸 사원들도 대표되지 않는 이들입니다. 백혈병에 걸렸던 직원들도 이들 중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보상절차에서 가장 고약하게 생각했던 것은 삼성이 2015년 12월 31일까지 접수한 피해자에 한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못박았었다는 점이다. 보상절차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피해자들도 큰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삼성은 부당하게 내몰린 보상신청자들의 수를 자랑하듯이 발표해온 것이다.
기업이 간혹 공공성을 추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이를 크게 자랑합니다. 이를 두고, "따듯한 자본주의" 또는 "자본주의 4.0" 시대라 부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사회적 책임 활동을 펼치는 것은 우리가 지닌 알량한 공공성을 이용해서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뻔히 알지만, 속아 주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일까요. 이렇게 의심하지만, 진라면을 사왔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것투성이 입니다.
무릇 모든 사과가 최소한의 의미라도 가지려면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삼성은 그저 "아픔을 헤아리는 데 소홀하였다"는 공허하기 짝이 없는, 직업병 문제와 관련하여 사실상 아무런 잘못도 인정하지 않는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반올림은 2015년 1월 조정위원회에 제출한 제안서를 통해, 삼성이 세가지 잘못("부실한 안전관리", "업무환경 관련 자료의 은폐ㆍ왜곡 등 산재인정 방해" "직업병 문제제기에 대한 인권침해")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물론 각각의 잘못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자료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둘러싼 최근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언론은 이 문제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려 애쓰지만, 사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찬/반이 있을 뿐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오롯이 삼성전자에게 맡겨도 되겠는가, 과연 그것을 문제의 '해결'이라고 할 수 있는가."